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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 심리학

[발달심리학 12] 유전학과 발달심리학

by 도시운 2024. 8. 10.

발달에 미치는 유전의 영향

 유전의 개념을 처음 접했을 때를 기억하는가? 아마 많은 사람이 그 순간을 분명히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학부모 교사 회의에서 겪은 경험을 생각해 보자. 교사는 그 소년에게 미국에 오기 전 그의 조상들이 어디에서 살았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소년은 자신이 "반은 카우보이고 살이 약간 검기 때문에 '옛 서부요!'"라고 자신 있게 외쳤다. 이 대답에 어른들은 크게 웃으며, 그에게 그의 부모가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그 자신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후손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하려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엄마 아빠를 닮는다는 것도 설명해 주었다. 이 상황에서 그 소년은 유전적 제약을 잘 이해하지 못한 듯 보였다. 그 소년은 매우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럼, 제가 소방수가 될 수 없다는 말인가요?"라고 물었다.

유전학과 발달심리학

이 글에서는 유전자형(genotype, 물려받은 유전자)이 표현형(phenotype, 관찰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특성들)으로 나타나는 과정을 통해, 인간 발달을 유전적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유전정보가 부모로부터 자녀에게 어떻게 전달되는지 이해하고, 유전 작용에 의해 각 개인이 어떻게 독특한 존재로 형성되는지를 알아보겠다. 이어서, 유전이 지능, 성격, 그리고 심지어 정신적 건강 또는 건강하지 않은 행동 패턴과 같은 심리적 속성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검토할 것이다. 사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가 지닌 중요한 표현형 특성 중 상당 부분이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하지만 이 글을 통해 얻게 될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유전만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유전적 제약'이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가 앞으로 더 깊이 살펴볼 것이지만, 인간의 복잡한 속성들은 천성(유전)과 육성(환경)이 오랜 시간 동안 상호작용한 결과라는 것이다(Plomin 등, 1997).

 

유전적 전달의 원리

 유전 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수정(conception)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수정이란, 여성의 난소에서 방출되어 나팔관을 통해 자궁으로 이동하는 난자가 남성의 정자에 의해 수정되는 순간을 의미한다. 이 시점에서 무엇이 유전되는지를 알아야 유전자가 어떤 메커니즘을 통해 표현형 특성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수정 직후 발생하는 첫 번째 발달 과정은 보호적이다. 하나의 정자 세포가 난자의 막을 뚫고 들어오면 생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다른 정자들을 차단하게 되며, 이에 따라 추가적인 수정이 불가능해진다. 몇 시간 내에 정자 세포는 분열을 시작하여 자신의 유전 물질을 방출한다. 동시에 난자도 유전 물질을 방출하며, 아버지의 정자와 어머니의 난자가 제공한 유전 정보를 중심으로 새로운 세포핵이 형성된다. 이 새로운 세포를 접합체(zygote)라고 하며, 그 크기는 핀의 머리보다 20분의 1 정도로 작지만, 이 작은 세포는 단세포에서 인간으로 발달하기 위한 모든 유전 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인간 접합체에는 어떤 유전 물질이 존재하는가? 이 새로운 세포핵에는 염색체(chromosomes)라고 불리는 46개의 길고 가는 실 같은 구조가 포함되어 있으며, 각 염색체는 수천 개의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이 염색체들이 쌍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각 쌍은 크기, 모양, 그리고 유전 기능이 동일한 두 염색체로 구성되며, 어머니의 난자에서 온 염색체 하나와 아버지의 정자에서 온 염색체 하나가 함께 쌍을 이룬다. 따라서 부모는 각각 자녀에게 23개의 염색체를 물려준다.

 

각 염색체의 유전자들도 쌍으로 기능한다. 각 쌍의 두 구성원은 대응 염색체와 동일한 위치에 존재한다. 유전자들은 사실 DNA(deoxyribonucleic acid)가 길게 퍼져 있는 구조로, DNA는 복잡한 이중 나선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발달에 필요한 화학적 부호를 제공한다. DNA의 독특한 특징 중 하나는 자기 복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다리 모양의 분자는 중간에서 분할되어 양쪽으로 벌어지며, 복제 과정이 일어나지 않은 부분은 자연스럽게 복제가 이루어진다. 이처럼 DNA의 자기 복제 능력 덕분에 단세포 접합체는 놀라울 정도로 복잡한 인간으로 발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

발달의 복합성 유전과 환경은 인간 발달의 두 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유전자는 우리에게 잠재적인 특성을 제공하며, 이 특성들이 어떻게 발현될지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부모로부터 지능, 성격, 심지어 건강에 관한 유전자를 물려받지만, 이 유전적 잠재력이 실제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는 개인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고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어린 시절의 교육, 부모의 양육 방식, 사회적 관계, 문화적 배경 등은 모두 유전적 잠재력을 발현시키는 중요한 요인들이다. 따라서 인간 발달은 단순한 유전적 전달에 그치지 않으며, 환경과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통해 비로소 완성된다. 이 과정에서 유전과 환경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그 결과로 우리는 각기 다른 독특한 개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